이미 나의 기억속에서조차 희미해져버린 여행의 기록을 이리도 오래 붙들고있는 것은
잠깐만이라도 딴 생각없이 무언가에 몰두하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작은 위안..
그것때문일지도 모르겠다. ㅋㅋ
공중파의 드라마에겐 정 떼버린지 오래. 차라리 문청 작사 문청 작곡의 노래가 더 낫다는..뭐 이런 어이없는..ㅋㅋ
긴자에서 들어갔던 작은 가게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간판에서 보듯 토끼와 관련된 수많은 장식품..젓가락..부채..인형..주머니..풍경..
하여간 발 디딜 틈도 없이 온갖 토끼들이 가득가득하여 감탄만 절로 나오던 곳이다.
토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 연관이 있는 나로서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않았던..
뭔가 하나 꼭 사고싶었지만 꽤 가격이 비쌌던..그런 곳이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갔던 미키모토 빌딩.
알고보니 쁘렝땅 백화점 바로 앞에 있었다. 그쪽 블록에 아예 접근도 못하고 돌아왔으니 뭐.
요즘에는 서울에도 이런 컨셉으로 건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를 장식하는 곳이 꽤 늘었다.
국내에서 쁘렝땅 백화점이 워낙 힘을 못쓰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인지
긴자에서도 별 기대안하고 그냥 의례적으로 들어갔는데..여기도 아주 대박이었다.
우리가 갔던 때가 마침 세일기간이기도 했고..항상 가장 좋아하는 찻잔과 그릇 주전자 등을 파는 섹션이
어찌나 잘 되어있는지 또 한참을 구경하고..밀폐용기도 하나 사고.
겨우겨우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아까 봐두었던 야스코로 다시 갔다.
아..긴자에서 진짜 일본오뎅 먹기 참 어려워.
처음엔 어리버리..어떻게 주문해야할 지를 몰라 헤매다가 영어메뉴를 달라하니 그건 없다고 하고..
대충 아는 일어만 섞어 셋트 주문을 하고 나머지는 단품으로 먹어보기로 했다.
이 집은 우연히 블로그 서핑하다가 알게된 집이어서 사전 지식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부의 단아한 인테리어나..아주 작은 규모임에도 다섯 혹은 여섯은 되어보이는 베테랑 요리사 할아버지 아저씨들..
게다가 지금 맥주잔을 보니 역사가 무려..!! 우리 부모님 나이와 같네.
작은 그릇에 담긴 것은 참치를 작게 깍둑썰기 한 뒤 야채를 섞어 일본된장 소스에 무친 듯한 맛인데
주방장의 웰컴 메뉴인가 했더니 나중에 보니 이것도 억수로 비싼 돈 받더구만. 쩝.
이 나무로 된 식탁..말하자면 주방 다이 너머로 커다랗고 네모진 솥에서 각종 오뎅이 보글보글 끓고있었는데
이것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적극적으로 이것 저것 시켜보았을것을..너무 소심해져버린 우리는
셋트메뉴에서 주어진 것들만 먹었던 것이다..ㅠ.ㅠ
한국에서 말하는 오뎅과 일본에서 먹는 진짜 오뎅은 많이 다르다고 들어왔지만
과연..오뎅은 아주 고급 술안주구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국물에 목숨 거는 한국인과는 달리 그들은 국물이 너무나 담백하고 오뎅 자체가 정말 다양한 맛과 모양을 가졌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하나하나 재료와 요리법을 설명해줄 동반자가 없어서
그냥 먹으면서 자체적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다는 점.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어떤 맛이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오른쪽의 꼬치는 새우살을 그대로 살린 오뎅..가운데는 두부였던가?
모두 담백하고 전혀 튀긴 음식 특유의 기름기가 없고 재료 자체의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가운데 하얀 것은 뭐였더라? 들었는데 기억도 안나고
오른쪽 동그랑땡처럼 생긴 것은 생선살에 뭔가 향신채를 섞어 묘한 향기가 나고 맛이 좋았다.
셋트메뉴는 너무 허무하게 금방 다 먹어버려서 제인을 닦달하여 눈에 띄는대로 몇개를 더 시켜보았다.
우린 허기진 끝에 성급하게 맥주를 먹다보니 둘 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안에 잡채 비슷한 것이 들어있는 유부주머니는 아주 맛이 각별히 좋았고
양배추말이는 어릴 때 먹었던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도 했다.
저 하얀 껍질처럼 보이는 것도 뭐라뭐라 설명을 들었는데..아..기억력의 한계.
우리 회사 일본음식 전문가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
어쨌거나 그다지 배 불리 먹은 것은 아니지만 깔끔한 오뎅의 진수를 맛보고
나오면서 영수증의 금액에 기절초풍을 하고..한국돈으로 거의 8만원 돈이 나온 것이다.
뭐야..그렇게 양도 작았으면서.
다시 들어가서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조목조목 물어보니..
전채로 나온 조그만 회 한 종지와 맥주 두잔이 엄청난 역할을 했더군.
하지만 우리부서 전문가 말에 따르자면 긴자에서 오뎅 먹고 그정도 나왔다면
절대로 바가지 쓴 것도 아니고 우리가 잘 못 들어간 것도 아니며
아주 좋은 메뉴 잘 먹었으니 신경 끄라고 하더구만.
다시 한번 간다면..맥주는 절대 안시키고..셋트메뉴도 시키지말고
눈에 보이는대로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하면서 골라 먹으리라.
명란을 통째로 삶아 만든 ..그집의 별미를 깜빡하고 못먹고 와서..아쉽다.
긴자에 간다면..지갑에 여유가 있다면..들러볼만한 집.
참고로 내가 들렀던 이 블로그에 가면 더 환상적인 사진들이..
원래는 신국립미술관에도 가볼 생각이었지만 이미 문 닫을 시간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신주쿠의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는 사실 별로 볼 것이 없었지만 사진에는 무척 멋있게 나왔네.
이 호텔의 마스코트인 거대한 샹들리에. 마찬가지로 실제로 보면 별론데..사진엔 그럴싸하네.
아직 초저녁이라 시간도 널널했고..제인의 직업정신이 발동하여 건너편 파크하얏트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셔틀버스도 다닌다는 것 아닌가.
알고보니 걸어갔어도 충분한 거리였지만 초행길엔 뭐든지 좀 ..조심스럽지 않은가.
서울의 파크하얏트도 그렇지만 도쿄에서도 특이하게 건물의 상층부에 호텔이 있었다.
저층에는 리셉션 데스크만 있고..그나마도 운동장처럼 넓은 로비에서 호텔 입구를 못찾아
한참동안 헤매다가 겨우겨우 찾았다는.
하지만 럭셔리 호텔답게 엘리베이터나 화장실같은 사소한 공간조차 매우매우 멋졌다.
여긴 어디냐. 파크 하얏트의 화장실. ㅋㅋ
처음엔 로비나 레스토랑 어디든 너무 근사하고..다시 말해 사진을 찍으면 혼날 것같은 분위기라
화장실만 살짝 찍어보았다.
우린 어떡할까..그냥 눈으로만 구경하고 그냥 갈까..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커피라도 한잔 하고 즐기다 가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멋진 야경이 보이는 커피숍 쪽으로 나왔다.
레스토랑도 아주 멋져보였는데..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여기도 런치메뉴는 억 소리나게 비싸거나
그렇지는 않아서..하루쯤 기분전환으로 들를 수 있을것 같았다.
커피 주문을 위해 메뉴 고찰. 엘리베이터에도 메뉴판에도 저 이상한 토기로 만든듯한 소년 얼굴이 나와있는데
기괴하기도 하고..하여간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다.
실내가 상당히 어두웠는데 사진에는 매우 밝아보인다.
내가 사진 안찍겠다는 것을..싫다고 손 흔드는 것까지 찍어버린 제인..ㅋㅋ
밖으로는 신주쿠의 야경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지난 여름 갔을 때 모리타워에서 이미 한번 놀랐지만..다시 봐도 도쿄의 야경은 정말 놀랍다.
이렇게 끝없이..끝없이 펼쳐질 수 있는거야. 과연 거대도시야.
창가의 자리는 예약석이라 함부로 앉을 수도 없었다.
메뉴를 장시간 고찰한 결과..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을 리필해주는 친절한 서비스 발견.
우리가 이런 걸 놓칠 사람이 아니죠.
안그래도 진한 커피 한 잔이 몹시 땡겼고..두 잔 먹는 것은 일도 아니고.
쿠키와 초콜렛까지 따라나오는 것이..격조있는 호텔의 매너있는 서비스..
그리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았다는 것.
쿠키와 초콜릿을 담아온 그릇조차 몹시 우아해서..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파크 하얏트에 오고싶었던 것은..이곳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빌 머레이와..매력적인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
대부의 코폴라 감독 딸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작품.
lost in translation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소통의 부재, 라는 현대인의 오랜 숙제를 다루면서 때론 진지하게..때론 코믹하게
사랑인듯, 우정인듯 알쏭달쏭하게..그러면서 은근히 일본인을 비꼬는 태도가 때론 속 시원했던
그런 영화였다.
영화 대부분에서 호텔이 계속 등장하는데..수영장..헬스클럽..빠..객실..
아마도 이렇게 호텔 하나가 집요하게 나오는 영화도 별로 없을듯 싶었다.
스칼렛 요한슨이 남편 없는 빈 방에서 하루종일 통유리창 옆에 걸터앉아
도쿄의 거리를 내려다보는 장면이라든가
위스키 광고를 찍기위해 도쿄에 온 뒤 온갖 이상한 상황에 지쳐버린 빌 머레이가
친구도 없고 외롭게 빠에서 혼자 자기가 광고 찍은 산토리 위스키 마시는 장면..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 하다가 트래드 밀 속도 줄이는 방법을 몰라
help!! 하고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도 오지않고..
거의 죽을 뻔하다가 겨우 기계에서 내려오는 장면이랄지..
둘이서 각자 방에 들어가서..방문 밑으로 새 나오는 불빛을 보면서
지금 잘까..깨어있을까..내가 가도 될까..고민하는 그런 장면들.
하여튼 어찌 보면 불륜이랄 수도 있지만 전혀 칙칙하지않고
두사람의 그 아득하고 외롭고 알 수 없는 마음들이 너무나 공감이 갔던 그런 영화다.
그런데 그 곳에 내가 온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가 광고한 산토리 위스키 響(히비키).
굉장히 비아냥대는 느낌으로 나오지만 내가 이름을 알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위스키인데
소피아 코폴라의 아버지인 프랜시스 F 코폴라 감독이 1970년대에 일본에 와서
일본을 대표하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과 함께 이 산토리 위스키 광고를 찍었다고 하니
그녀는 아버지 때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비틀어서 활용했구나 싶은게..
여하튼 재미있었고
이 영화의 백미는 아무리 영어로 장황하게 설명을 해도 단문으로 단순통역해버리는..
그 상상초월의 일본식 짧은 영어..이건 직접 보시고 배를 잡고 웃으시길.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이 시간.
이젠 너무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ㅋㅋ..그래도 이 때만큼은 다른 생각 모두 잊고 둘 다 행복했던것 같다.
마음이 복잡하고 사는 것이 구차스러울 때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이유도
거기 꼭 뭐가 있어서가 아니라..떠남으로써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커피숍의 가운데쪽으론 대나무가 잔뜩 심겨져있고 그 위로는 뾰족 지붕의 유리너머로 하늘이 보인다.
우리 호텔에서 밤에 올려다볼 때 동화속의 성처럼 보이던 곳이 바로 이 부분이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왼쪽으로 틀면 바로 보이는 커피숍의 입구.
엄청 어두웠는데 사진에는 몹시 밝게 나왔네.
아마 낮에 보았다면 별것 아니었겠지만 밤의 부분조명 탓으로 대나무조차도 몹시 멋있어보인다.
이렇게 해서 멋진 호텔 유람을 마치고..걸어서 다시 우리 호텔로 돌아가는 길.
근처엔 또다른 호텔이 있었다. 이름이..워싱턴이었던가?
우리도 처음 예약과정에서 고려대상중 하나였는데..하얏트 리전시보다는 좀 못한듯.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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